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낯선 곳에 발을 들이는 느낌
    피드백 노트/디자인 노트 2019. 5. 22. 14:50

    2019 년 5월 22일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주최한 디저트 행사에 성정기 Dayligh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방문했다.

    예전 IDEO에 입사한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라는 타이틀 때문에 관심이 갔던 인물이었다. 

    강연을 들으러 가는 버스 안 그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검색을 해봤다. 

    특이하게 대학을 7수 끝에 붙었고, 심지어 색 구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공업디자인과에 진학했다.

    대학생 때도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 프로로 일하고 나서도 금상, 2019년에는 IF디자인 심사의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커리어만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고 성장한 것 같지만, 어린 시절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천천히' 성장해온 사람이다.

    나는 이 분을 보면서 '느리지만 단단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작년 회사를 퇴사하고 UI/UX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결심한 뒤 5개월이 지났다. 

    5개월 만에 새로운 분야로 이직하는 사람이 많겠냐만, 나는 뭔가 조급함을 느꼈다.

     

    내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공백기도 비례해서 증가하고, 그 공백기 동안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압축적으로 강의도 듣고 강연도 다니면서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방향성을 잡았다.

     

    그럼에도 숨 가쁘다 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가 바라는 이상은 저만치 앞에 있는데, 현실에서 아둥바둥하니 내가 해온 작업물을 다듬을 생각보다 먼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에 대해서만 떠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내가 집중해서 훈련해야 하는 부분을 놓치고 분야를 파편화해 겉만 핥고 있었다.

     

    성정기 디렉터는 IDEO에 가기 위해 6개월 동안 포트폴리오 작업에 매달렸고, 덕분에 내부 임직원으로부터 차마 버릴 수 없이 아름다운 작업물이었다 라는 평을 받았다. 

    본질은 여기에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의 방향성을 명확히 잡고, 그에 맞는 작업물로 채워야 한다.

    그가 포트폴리오를 작업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Right Design / Balance Based라는 가치에 공감했고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해야 하는, 하고 싶은 디자인을 정하고 쭉 달려왔다는 점이다. 

     

    디자인은 낯설다. 살면서 디자인을 보기만 했지 직접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인가 만든다 라는 개념이 몸에 익지 않은 이상 누구나 낯설다 라는 인식, 나아가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지금은 두렵다. 

    내가 조금만 느리게 가면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원하는 회사에 갈 수 없는 현실이 오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을 동기삼아 앞을 내달리면 실패하고 만다.

    벌써 3번의 입사 시도가 미끌어졌다. 

     

    2번의 에이전시, 1번의 스타트업. 

     

    원인이 뭘까 생각했다.

    오늘 강의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회사가 중요시 하는 바에 맞춰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 만큼 자신과 회사의 Fit을 잘 맞춰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이제는 뭔가 다른 접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와 훈련 방법을 알았으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은 포부는 허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대학 진학에 7번 낙방했지만 결국 최고 권위를 가진 디자인 어워드에 심사의원까지 지낸 성정기 디렉터처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낯선 분야에 발을 딛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댓글

© Future UI/UX Design Blog